안녕하세요.
지난 글에서는 화가와 AI가 협업하는 예술 세계를 살펴봤습니다. 많은 분들이 "AI가 그림을 그린다니 신기하다"는 반응을 주셨는데요, 사실 AI가 활발히 쓰이고 있는 예술 분야는 회화만이 아닙니다.
오늘은 그 두 번째 이야기로, 음악과 AI의 협업을 다루어보겠습니다.
음악은 감성과 영혼의 언어라고 불리지만, 동시에 수학적 규칙과 패턴의 집합이기도 합니다. 이 점이 AI가 음악 분야에 빠르게 들어올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과연 인간의 감성과 AI의 계산이 만났을 때 어떤 음악이 탄생할 수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뮤지션과 AI가 실제로 어떻게 협업하고 있는지, 그 가능성과 한계를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음악과 AI, 서로 닮은 점
흔히 음악은 감성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음악을 구조적으로 살펴보면 놀라울 만큼 수학적이고 체계적입니다. 음계, 화성, 리듬, 코드 진행은 모두 규칙으로 설명할 수 있고, 악보는 일종의 ‘수학 공식’처럼 기능합니다.
AI는 이런 규칙을 빠르게 이해하고, 수천·수만 곡을 학습해 특정 장르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발라드의 전형적인 코드 진행이나 재즈의 복잡한 화성 패턴을 학습한 뒤 새로운 곡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여기서 중요한 점은 AI는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대신 패턴과 확률을 기반으로 ‘이런 상황에서 이런 멜로디가 많이 쓰였다’는 계산을 해냅니다. 인간은 여기에 감정, 서사, 맥락을 더해 음악을 완성합니다. 결과적으로 AI는 음악적 재료를 제공하고, 뮤지션은 그 재료를 요리사처럼 가공해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뮤지션과 AI의 협업 방식
AI는 음악 창작의 여러 단계에서 활용될 수 있습니다.
1) 작곡 아이디어 제공
작곡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영감의 막힘’을 해결해주는 데 AI가 도움을 줍니다. 예를 들어, “밝고 희망적인 팝 멜로디”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AI는 수십 가지 멜로디를 몇 초 만에 제안합니다. 작곡가는 그중 하나를 발전시키거나, 아예 새로운 방향의 곡을 만드는 출발점으로 삼습니다.
이 과정은 마치 옆에서 누군가가 수십 장의 스케치를 빠르게 그려주고, 작곡가는 그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발전시키는 것과 비슷합니다.
2) 편곡과 사운드 디자인
AI는 단순히 멜로디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편곡 단계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됩니다. 예를 들어, 피아노 선율을 입력하면 AI가 재즈 스타일로 변환하거나,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해주는 식입니다.
또한 AI는 특정 악기의 음색을 학습해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실제에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악기 소리’를 합성해 뮤지션에게 제공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 덕분에 뮤지션은 기존에 없던 소리를 실험하며 창작의 폭을 넓힐 수 있습니다.
3) 개인 맞춤 음악 제작
최근에는 스트리밍 플랫폼이나 게임, 광고 등에서 AI가 사용자 맞춤 음악을 만들어내는 시도가 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게임 상황에 따라 전투가 치열해지면 음악이 자동으로 긴장감 있게 바뀌고, 평화로운 장면에서는 부드럽게 변하는 식입니다.
뮤지션은 이러한 기술을 활용해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고, 보다 다양한 형태의 음악 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실제 사례로 보는 AI 음악 협업
① AI 작곡가 'AIVA'
프랑스에서 개발된 AIVA는 클래식 음악을 작곡하는 AI입니다. 교향곡, 피아노 소품 등 오케스트라 음악을 만들어내며, 실제로 음반도 발매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일부 작곡가들이 AIVA가 만든 선율을 토대로 새로운 작품을 재창작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작곡가와 AI가 공동으로 곡을 만든 것과도 같습니다.
② 구글의 ‘마젠타(Magenta)’ 프로젝트
구글은 AI와 인간이 함께 음악을 만드는 오픈소스 프로젝트 마젠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뮤지션들은 마젠타에서 생성된 드럼 패턴이나 멜로디를 바탕으로 작업을 이어가며, 협업의 재미를 경험합니다. 단순히 도구를 넘어서 공동 창작자로 AI를 받아들이는 실험 무대인 셈입니다.
③ 국내 뮤지션들의 실험
한국에서도 AI를 활용하는 뮤지션들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광고 음악을 짧은 시간 안에 제작할 때 AI 작곡 툴이 활용되기도 하고, 인디 뮤지션들은 AI를 통해 얻은 멜로디 조각을 자신만의 곡으로 발전시키기도 합니다.
특히 가상 보컬 기술과 결합되면서, 특정 가수의 목소리를 학습한 AI가 새로운 노래를 부르는 실험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물론 법적·윤리적 문제도 남아 있지만, 예술적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뮤지션들이 말하는 AI 음악의 장단점
장점
- 빠른 아이디어 생산 → 막힐 때 새로운 영감을 주는 파트너
- 다양한 장르 실험 → 기존 스타일을 손쉽게 변환 가능
- 작업 효율성 → 짧은 시간 안에 데모 제작 가능
- 대중 맞춤형 제작 → 개인의 취향과 상황에 맞춘 음악 생성
단점
- 감정의 깊이 부족 → 인간만의 서사와 감정을 완전히 담아내기는 어려움
- 창작 주체성 논란 → 곡의 저자가 누구인지 모호해짐
- 획일화 위험 → 같은 데이터로 학습하면 비슷한 음악만 생산될 가능성
- 기술 의존 문제 → 지나치게 의존하면 오히려 인간의 창작력이 약화될 수 있음
음악과 AI의 미래: 새로운 악기처럼 활용하기
AI는 뮤지션을 대체하기보다는, 새로운 악기나 작업 도구처럼 자리 잡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과거 신시사이저가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진짜 음악이 아니다”라고 비판했지만, 지금은 전자음악이 거대한 장르로 자리 잡았습니다. 마찬가지로 AI도 음악 창작을 넓혀주는 또 하나의 도구가 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뮤지션이 어떤 메시지와 감정을 담아 AI와 협업하느냐입니다. AI가 제시하는 계산된 패턴 위에 인간의 영감과 이야기가 더해질 때,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진짜 음악이 완성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뮤지션과 AI가 협업하는 음악 세계를 살펴봤습니다.
AI는 빠르게 아이디어를 생산하고, 다양한 스타일을 제안하며, 작업 효율성을 높여주는 든든한 조력자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감정 전달의 한계와 창작 주체성 논란 같은 과제도 안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음악은 아마도 AI의 계산된 창의성과 인간의 감성적 영감이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갈 것입니다.
AI와 함께하는 음악, 여러분은 기대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