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AI와 인간 협업 시리즈, 이제 아홉 번째 글입니다. 지금까지는 예술, 음악, 농업, 의학, 패션, 요리, 교육, 스포츠에서의 협업 사례를 다뤘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더 무겁고 사회적인 분야, 바로 법률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법은 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법률 서비스는 복잡하고,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AI 법률 도우미가 변호사와 협업한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이번 글에서는 변호사와 AI의 협업 방식, 장점과 한계, 그리고 미래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법률 분야에 들어온 AI
법률은 방대한 문서와 사례를 다루는 분야입니다. 판례, 법령, 계약서, 소송 서류 등은 수십만 쪽에 달하기도 합니다. AI는 이런 방대한 문서를 빠르게 검색·분석하고, 관련성 있는 정보를 찾아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합니다.
이미 세계 곳곳의 로펌에서는 AI 기반 법률 서비스가 활용되고 있습니다.
리걸테크(Legal Tech) 기업들은 계약서 자동 분석, 판례 검색, 소송 문서 작성 지원 같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일부 기업은 챗봇 기반 법률 상담 서비스를 운영해 기본적인 법률 문의에 즉시 응답합니다.
즉, AI는 변호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도와주는 조력자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변호사와 AI의 협업 방식
1) 계약서 분석
기업의 계약서는 수십 쪽에서 수백 쪽에 달하며, 작은 문구 하나가 큰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AI는 계약서를 빠르게 검토해 위험 요소나 불리한 조항을 표시해줍니다. 변호사는 이를 토대로 최종 판단을 내립니다.
2) 판례 검색과 분석
과거에는 특정 판례를 찾기 위해 수많은 문헌을 뒤져야 했지만, AI는 키워드뿐 아니라 맥락 기반 검색이 가능합니다. 즉, 사건의 상황을 설명하면 유사 판례를 자동으로 제시해주죠.
3) 소송 문서 작성 지원
소송 서류에는 일정한 형식과 구조가 필요합니다. AI는 초안을 빠르게 작성하고, 변호사는 이를 수정·보완하여 완성도를 높입니다.
4) 법률 상담 챗봇
AI는 기본적인 법률 지식을 바탕으로 간단한 상담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전세 계약 해지 시 위약금은 어떻게 되나요?” 같은 질문에 기초적인 정보를 알려줄 수 있습니다. 다만 복잡한 사건은 여전히 변호사의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실제 사례
ROSS Intelligence (미국): IBM 왓슨을 기반으로 개발된 법률 AI 검색 엔진으로, 변호사들이 관련 판례를 찾는 시간을 크게 줄여주었습니다.
DoNotPay (영국·미국): ‘세계 최초의 로봇 변호사’라는 별명을 가진 서비스로, 교통위반 항소, 환불 신청, 간단한 민원 처리 등에서 자동화된 법률 도움을 제공합니다.
국내 리걸테크 스타트업: 한국에서도 계약서 자동 검토, 노동법 관련 상담 챗봇 등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대형 로펌들도 내부적으로 AI 도입을 검토하고 있죠.
장점과 한계
장점
- 업무 효율성 향상 – 문서 검토, 판례 검색 등 반복 작업 시간 단축
- 비용 절감 – 기본 법률 서비스에 드는 비용을 줄여 대중 접근성 확대
- 정보 접근성 향상 – 일반인도 쉽게 법률 지식을 얻을 수 있음
- 판단 보조 – 변호사가 더 정확하고 빠르게 결정을 내리도록 도움
한계
- 법적 책임 문제 – AI의 조언이 잘못되었을 때 책임 주체가 불분명
- 윤리적 우려 – 민감한 개인정보와 사건 기록이 AI에 의해 처리됨
- 창의적 법리 구성의 한계 – 판례의 단순 나열은 가능해도, 새로운 논리를 창출하는 데는 부족
- 신뢰성 문제 – AI가 제시한 답변의 정확성과 편향 가능성
변호사와 의뢰인이 느끼는 AI
많은 변호사들은 AI를 “경쟁자”라기보다 보조자로 인식합니다. 판례 검색이나 계약서 검토 같은 기초 작업이 빨라지면서, 더 중요한 전략 수립과 의뢰인 상담에 시간을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뢰인 입장에서는 AI 덕분에 법률 서비스의 문턱이 낮아졌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간단한 문제를 위해 비싼 변호사 상담을 받을 필요 없이, 기본적인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동시에 “AI 답변이 과연 신뢰할 만한가?”라는 의문도 남습니다. 결국 중요한 사건에서는 여전히 변호사의 경험과 직관이 필요합니다.
법률과 AI의 미래
앞으로 법률 분야에서 AI는 더욱 발전할 것입니다. 자연어 처리 기술이 고도화되면, AI는 사건의 맥락을 더 깊이 이해하고, 변호사와 함께 새로운 법리 논거를 구성하는 단계까지 진출할 수 있습니다.
또한 법률 서비스의 대중화가 기대됩니다. 지금까지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만 충분한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지만, AI가 비용을 낮춰 더 많은 사람들이 기본적인 법적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윤리와 법적 책임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AI가 잘못된 조언을 할 경우, 변호사·기업·개발사 중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합니다. 법률 분야야말로 기술과 제도가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변호사와 AI 법률 도우미의 협업을 살펴봤습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고, 문서 검토와 판례 검색 같은 반복 작업을 효율적으로 처리합니다. 이는 변호사에게 시간을 절약해주고, 의뢰인에게는 더 저렴하고 빠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법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정의와 사람의 삶을 다루는 영역입니다.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공감, 윤리적 판단, 창의적 논리가 여전히 필요합니다. 앞으로의 법률 서비스는 AI의 분석 능력과 변호사의 인간적 통찰이 만나 더욱 정의롭고 효율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